* 조슈아 스티븐슨 퀘스트 라인의 스포일러
“씨발——대체 언제까지 징징거릴 거야? 시위하냐?”
V는 결국 산토 도밍고를 벗어나던 길을 달리고 있던 야이바 쿠사나기 CT-3X를 갓길에 세웠다. 머릿속에서 조니 실버핸드가 끊임없이 탄식을 이어 나갔기 때문이었다.
쿠사나기의 사이드 스탠드를 내리고 정신 사나운 목소리를 향해 고개를 돌리면, 가로등에 기대 있는 조니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막혔던 한숨을 토해내듯 단숨에 V에게 불평을 쏟아내었다.
“시위? 이게 시위 축에라도 들겠어? 잘난 아라사카 다니면서 피켓, 화염병, 암살 시도, 핵폭탄, 뭐 시위란 시위는 다 보셨을 기업 따까리 양반이 겨우 이 정도 가지고 앓는 소리셔?”
“핵폭탄은 댁이 한 짓거리야. 난 그때 태어나지도 않았어.”
V는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는 조니의 면상을 노려보며 꼭꼭 씹어뱉듯 지적했다.
“이봐, 조니. 내가 그 레이첼 양반에게 돈 받고 떨어진 게 불만인 건 알겠는데, 확신할 수 있어——거기선 그게 최선이야.”
“오, 계좌 숫자 불리는 거야 늘 최선이지. 그게 나이트 시티를 점령한 메가코프들 생각이고.”
빈정거리는 조니에게 V는 질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전 직장이 아라사카였던 자신에게 조니가 노골적인 혐오감을 드러내는 건 귀 뒤의 소켓에 렐릭을 꽂았던 때부터 시작되어 이젠 일상 같은 일이었다. 물론, 더 이상 기업 소속이 아닌 V에게 있어선 늘 거지 같은 말들이기도 했다.
“기업의 생태가 어쩌고 하는 얘기가 아니야.”
날 것의 적대감을 숨기지 않는 ‘지금의’ 조니를 대하는 건 언제나 지치는 일이었지만, 이젠 조금 익숙해진 V는 침착하게 말을 이어갔다.
“물론 그걸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건 맞지만. 넌 기업의 방식을 써먹는 내가 그냥 마음에 안 드는 것뿐이잖아. 그냥 ‘기업’식이라서.”
“씨발, 거 프로파일러 납셨네.”
조니는 특유의 웅얼거리는 목소리로 욕설을 날리고는 품에서 사이버-담배와 사이버-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였다. 그러고는 기세가 한풀 꺾인 걸로 봐선 조니가 그 ‘기업 방식’이란 꼬투리를 물고 V를 괴롭히고 있었다는 건 사실인 모양이었다. V는 몸의 힘을 빼며 모터사이클 좌석에 엉덩이를 더 깊게 붙였다.
“자신의 참회를 증명하기 위해서 BD를 찍는다잖아. 더 이상 내가 뭘 어쩔 수가 없는 일인데 어떡하라고. 종교쟁이들 미쳐있는 건 다 아는 일이고.”
“여태까지 남들 부탁 다 들어주는 호구 짓은 열심히 해놓고 모순되는 말을 하는군. 멜스트롬에 잡혀갔던 땡중들이 비살생 해달라는 부탁은 잘만 들어줘 놓고 왜 이번 건에선 겁쟁이처럼 굴어?”
“미친놈이니까 그렇지.”
그 말을 입에 담는 V의 얼굴에선 의외로 침통함이 드러나 있었다. 조니는 눈썹 한쪽을 꿈틀거리더니 담배 연기를 한 번 뿜어냈다.
“도와줄 수 있었으면 도와줬어. 어디서 끊을 수 있나 계속 살펴보고 있었지. 그 NCPD? 전혀. 귀찮은 일인 거 알아서 절대 관여하려 하지 않더군. 레이첼이라는 기업 인간? 내가 알아, 기업의 인간들은 숫자로만 사물과 현상을 인식할 수 있어. 뇌가 망가졌거든. 조슈아 스티븐슨? …….”
V는 잠시 입을 다물더니, 짧게 몸을 떨었다.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범주의 바깥이야.”
허, 조니가 이죽거렸다.
“뭐든 아는 것처럼 굴더니.”
“너 같은 테러리스트는 오히려 이해하기는 쉬워.”
“어, 그 좆같은 말투 말이야.”
“조슈아 스티븐슨은 달라. 존재하지도 않는 걸 있다고 믿잖아. 설득할 수가 없어.”
V는 조니의 담배 연기가 하늘로 말려 올라가는 것을 보잉 선글라스 너머의 키로시 안구로 느리게 쫓았다.
“내가 신을 믿질 않으니까.”
V는 조슈아의 신을 믿을 수 없었다. 뼛속까지 무신론자일 수밖에 없는 V는 조슈아를 이해하길 포기했다.
신이 있었더라면, 이런 좆같이 난해하고 귀찮은 시한부 인생을 설계하기 위해 품을 지나치게 많이 들였을 게 틀림없었다. 그런데 신은 공평해야 하지 않나? 자신의 인생을 꼬기 위해 타인의 인생을 지루하게 흘러가도록 방치하는 건 아마 신의 도리가 아닐 것이다. 그러니 역설적으로 V의 좆같은 인생이 신의 부재를 증명하는 셈이었다.
“난 다른 걸 모르겠는데.”
조니가 또다시 V의 말을 부정한다. 또 트집이라고 생각한 V는 울컥 달려들기라도 할 것처럼 구둣발로 땅을 딛었다.
“너 기독교냐?”
“당연히 아니지.”
조니는 여유로운 웃음을 지으며 피우던 담배를 바닥에 던졌다.
“그 조슈아 녀석은 ‘진짜 혁명가’라는 얘기야.”
“허.”
이번엔 V가 바람 빠진 소리를 냈다. 어이없음이 지나쳤는지 이죽거림은 없었다. 덕분에 조니가 말을 이을 수 있었다.
“이봐, 신은 보이지 않으니까 믿을 수 없다면서 다른 건 존재한다고 생각해? 그게 더 이상한 말이지. 정의, 악의, 신념, 이념, NUSA 조례에서 주창하는 자유——그런 걸로 따지면 조슈아 그 녀석이 믿는 신도 똑같은 거야. ‘불꽃’이지. 그런 걸 가지고 있는 녀석들은 세상을 바꿀 자질이 있어.”
“메시아 코스프레 자살 BD를 찍어서?”
결국 V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조니가 더 뭐라 대꾸하고 싶어 하는 게 보였지만, V는 사이드 스탠드를 올리고 쿠사나기의 시동을 다시금 걸었다.
“예부터 선현들이 만든 피해야 할 것들 리스트가 있었지. 길가의 똥, 미친놈, 그리고 신념을 가진 멍청이.”
야이바 쿠사나기 CT-3X의 엔진이 빠르게 CHOOH2를 소모하며 순식간에 속도를 높였다. 조니가 기대어 있던 가로등에 그의 모습은 없었다.
애초부터 조니 실버핸드는 거기 없었다. 모습을 보았던 건 렐릭 부작용때문에 나타난 환각이고, 뇌의 착시였다. 조니 실버핸드는 죽은 인물이다. 말할 수 없고, 말을 걸 수도 없으며, 대꾸도 없었어야 했다.
더 이상 조니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데도 V는 가속도로 생긴 바람을 맞으며 악을 쓰면서 소리쳤다.
“핵폭탄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조니!”
'misc. > FanFiction' 카테고리의 다른 글
| Will Never Fade Away (0) | 2022.12.29 |
|---|---|
| And We Drown (0) | 2022.12.23 |
| 50 Years Old Dog Tags (0) | 2022.12.20 |
| After Cross Fire (0) | 2022.10.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