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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2구획에서 폭동이 일어났다. 그런 보고를 받고 히로는 다급히 사령부 건물을 나섰다.

얼마 전 포트리스 샹그릴라는 유일하던 슈발리에와 피앙세를 잃었다. 리벌처를 조종할 파일럿의 부재——그것은 곧 포트리스의 종언을 뜻했다.

절망과 불안감은 순식간에 포트리스 전체에 확산되었다. 대부분의 주민이 기업의 물자 수송선을 통해 이주하는 것을 선택했고, 생필품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사재기와 절도가 늘어났다. 폭력은 그런 행위의 연장선상에서 손쉽게 일어났다. 모두가 이 포트리스의 끝장을 보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여유분의 리벌처 파일럿은 존재하지 않았다. 샹그릴라는 다른 스탠다드한 포트리스와는 달리 지아드 전쟁 후기에 만들어진 특수한 포트리스였다. 벌처를 이용한 강습 작전에만 의존하지 않고 더 공격적으로 타 국가에 침투하기 위해, 화약과 포신을 기존의 배 이상 탑재한 공성채굴병기——즉 그만큼 현대의 인류가 거주구로 쓸만한 공간이 적은 것이 이 모델이었다.

인적 자원 자체가 넉넉하지 않은 환경인데다가 결정적으로, 이 포트리스에서 발현된 슈발리에의 핏줄은 단 하나 뿐이었다. 외부의 슈발리에는 생산용 플랜트가 적어 시골이나 다름없는 샹그릴라의 환경을 매력적이라고 느끼지 못했고, 수술을 통한 '제조'는 극히 낮은 생존 확률 탓에 고려 대상 외였다. 때문에 샹그릴라의 수호자는 줄곧 한 명의 영웅과 그의 파트너가 전부였다.

아니, 사실 여유분이 존재하기는 했다. 로스트한 슈발리에와 피앙세의 자식. 리벌처의 조종간을 이어받을 핏줄.

——B2구획. 히로는 폭동이 일어난 장소에 도착했다. 작은 구멍가게의 주인은 사령부 사람이 도착한 걸 보고있을 경황이 아니었다. 바닥에는 생필품과 보존식이 나뒹굴고 있었다. 그것들을 거칠게 쑤셔담은 자루나 배낭도 함께 구르고 있는 걸로 보아 폭동의 목적은 강도질이었던 것 같았다.

문제는 그 폭도들도 바닥을 나뒹굴고 있단 점이었다.

"사령관님!"

난장판이 난 가게 내부에는 한 사람만이 서 있었다. 몸을 돌린 린더의 제복은 멱살이라도 잡혔던 건지 단추가 떨어져서 앞판이 너덜거렸다. 아무래도 그가 폭도들을 전부 주먹으로 때려눕힌 모양이었다.

린더는 아직 거친 숨을 내쉬면서, 쓰러져있는 폭도의 몸을 건너와 히로에게 명령했다.

"지구대에 연락해서 다 구치소에 집어넣어."

"사령관님, 피가……!"

린더의 안대 아래로, 천이 다 머금지 못한 붉은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는 추락한 리벌처를 회수하다가 리벌처의 고철을 노린 스캐빈저 무리에 당해 왼쪽 눈을 잃었다. 안구를 적출한 당일에도 그는 리벌처의 부재를 단단히 대비해야한다며 포트리스의 무장 체크를 명령하고 지휘했다. 당시에는 그것이 샹그릴라의 거주민을 위한 의무감과 책임감의 발현으로 보였기에, 히로는 내심 깊게 감명을 받았었다.

그것이 광기였다는 걸 히로는 뒤늦게 깨달았다. 그 뒤로 린더는 거의 잠을 자지 않았다. 부상 탓에 안정을 취하기는 커녕 소라바미 대응과 타 포트리스와의 협상 건으로 인해 계속 움직이고 소리쳐야만 했다. 시내에 나가면 꼭 주먹다짐을 하고 돌아왔다. 폭동 진압이라고는 했지만 누가 봐도 시비가 붙어 주먹이 먼저 나간 꼴이었다. 상처는 아물지를 못하고 자꾸만 피가 터져나왔다. 린더를 알던 이들은 그가 미쳤다며 충격과 비난을 섞어 손가락질 했다.

린더가 왜 그렇게 날뛰고 무리하는지 짐작 못 할 일은 아니었다. 사령관은 로스트한 슈발리에와 피앙세의 절친한 친우였다. 이따금씩 그들이 낳은 아이의 육아마저 분담할 정도로 긴밀하고 아낌없는 친애를 보내던 관계였다고 한다. 유일하던 슈발리에와 피앙세를 잃고 샹그릴라에 남은 슈발리에라고는 아직 어린 그 아이밖에 없었다.

거주민들의 입에서 슈발리에의 자식을 리벌처에 태우라는 말이 점진적으로 터져나왔다. 사람들은 그저 어떻게든 살 수 있는 방법을 갈구하고 싶어했다. 이 행성이 본래의 이름을 잃고 '회색의 황야'라고 불리기 시작했을 무렵부터 인간들은 단 한 명의 구원자와 그 파트너에게 절대 다수의 목숨을 떠안기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

린더만이 그 아이를 지키기 위해 포트리스 사람들 전부의 목숨을 걸기로 했다. 화약고를 가득 채우고, 외부의 슈발리에를 끌어모으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슈발리에의 아이를 리벌처에 태워 하늘로 올려보내라는 말을 들으면 주먹으로 그 입을 다물게 했다. 린더 눈에는 아직 갓난애처럼 보이는 아이를 사지로 내몰 바에야 댁이나 자신이나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이 치밀어올랐기 때문이었다.

훗날 포트리스의 경로도 통신 장비도 뒤틀어버린 거친 모래폭풍이 닥치지 않았더라면 린더의 노력은 결실을 맺었을지도 모르겠다.

——린더는 흐르는 피를 훔치지도 않고 히로를 노려보았다. 더 말 시키지 말고 명령을 수행하라는 눈치였다. 히로는 허둥대며 통신기를 꺼내들었다. 아, 네네. 보고 주셨던 폭동 말인데, 사령부 쪽에서 수습했거든요. 용의자는 4명이고…….

어색한 공기 속에서 B2구획의 지구대에 연락을 마친 뒤 히로는 린더를 올려다보았다. 말을 전달할 뿐인데도 입이 바싹바싹 말랐다.

"지구대에 사람이 없어서, 증원 요청을 해야하는 탓에 출동에 30분은 걸린다고 합니다……."

단순한 구획 내 트러블 보고가 사령부에까지 닿을 상황이라면 당연히 그렇겠지. 히로는 자기 잘못이 아닌데도 자책을 했다. 상당한 인원이 며칠 전에 왔던 이페의 수송선을 타고 샹그릴라를 떠났다. 지구대도 그렇고 사령부도 마찬가지로 공무를 수행할 인력 역시 반 토막이 난 상태였다. 히로 같은 말단이 사령관을 마주보며 얘기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린더는 옷매무새를 다듬으려다가 그제서야 단추가 떨어졌다는 걸 알고 손을 내렸다.

"알아서 해."

짧게 남기고, 린더는 히로를 지나쳐서 성큼성큼 걸어 자리를 떴다. 가게에는 여전히 겁에 질려있는 주인과 히로만이 남게 되었다. 히로는 어찌해야할 줄을 몰라 그 자리에서 목석처럼 굳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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